쉬어가기

밀어달래
새벽 3시 시끄럽게 문드리는 소리에 부부가 곤한 잠에서 깨어났다.
남자가 현관으로 가 보니 밖은 엄청난 비가 쏟아지고 있고 한 술 취한 낯선 사내가 서있었다는 데 좀 밀어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이다.
“이보시오. 지금 새벽 3시오. 비도 엄청 쏟아지고…”
그러면서 문도 열어주지 않고 돌아섰다.

“누구예요?” 아내가 물었다.
“응, 어떤 술 취한 녀석이 좀 밀어달래. 차 좀 밀어달래는 모양이야.”
“그래, 도와 드렸어요?”
“미쳤어? 지금 새벽 세시야, 글구 밖에 비가 엄청 온다구.”
“그래두요. 석 달 전에 그 산골에서 차가 고장났을 때 우리도 그 사람들 도움 아녔음 어쩔 뻔 했어요? 그 생각을 해서라도 도와주셔야죠”

사내는 옳은 생각이라 여기고 좀 미안한 마음으로 다시 현관으로 가서 문을 열고 빗 속에 나섰다.
“아직 거기 계슈?”
“예, 여기요. 좀 도와주시오!” 술 취한 사람이 대답하였다.
“어디요?”
“여기, 놀이터요. 그네 좀 밀어주시오!”